영화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후기 - 열정맨들을 따라 뛰고 싶어지는 영화

October 18, 2021 · 3 mins read

2021년 10월 8일 금요일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시사회를 다녀왔다. 처음엔 ‘“타다”가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까지 만들다니! 어떤 새로운 마케팅일까’하는 생각과 ‘스타트업 다큐 영화’라는 새로운 주제에 호기심이 생겨서 시사회를 신청했다. 하지만 평소에 ‘타다’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진 않았던터라 혹시 지루하진 않을지, 어렵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영화 타다는 예상 외로 ‘타다’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 시사회는 감독님의 인사로 시작했는데 그의 말을 들어보니 ‘타다’가 겪은 과정들을 지켜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영화 타다는 타다는 물론 배급사의 투자도 일절 받지 않고 제작사가 전액을 투자해 만든 독립 다큐멘터리였다. press kit을 보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타다 카니발 자동차까지도 제작사가 직접 중고차 시장에서 사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영화 타다에 대한 감독님의 애정이 느껴지는 소개멘트 이후 영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타다를 타본 적이 없다. 평소에 택시 자체를 잘 이용하지 않다보니 언젠가 타봐야지 타봐야지 하다가 타다는 사라졌다. 타다를 애용하는 친구와 타다에서 파트타임으로 운전을 하는 친구 덕분에 전해들은 정도였다. 직접 겪어보지는 못 했지만 타다는 혁신적이고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뉴스에서 타다가 한참 등장하고 ‘타다금지법’까지 나왔지만 결국 불법이 아닌 타다는 계속 승승장구할 줄 알았다. 법이 바뀌면서까지 서비스가 종료될 줄은 예상하지 못 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타다를 만든 VCNC 팀원들 목소리로 듣는 소감이다. 타다를 만들어 가는 중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는지, 사람들의 반응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 이야기하는데 내가 겪지 않았지만서도 공감되고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던 날 사무실의 분위기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내가 다 할 말이 없고 화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덤덤하게 얘기하는 모습에 괜히 더 울컥하기도 했다.

타다를 대하는 팀원들의 모습이 엄청 열정적인데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와 ‘자신의 일과 브랜드에 빠져서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 멋있다’라며 감탄하면서 나왔다. 나처럼 스타트업 씬에 대해 잘 몰라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였다. 열정맨들이 앞을 보고 달려가는 모습만 봐도 나도 같이 달리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만약 일요일 밤에 봤다면 월요병 없이 월요일부터 엄청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모습이었다. 금요일 밤에 봐서 평화로운 주말을 맞이 했지만.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연출이다. 타다가 한강 다리를 달리는 부분, 여의도, 야경 장면은 서울 여행 홍보 영상처럼 반짝반짝한 서울을 볼 수 있다. 중간 중간 시점이 전환될 때 보이는 장면들도 내가 좋아하는 활력 넘치는 서울이 담겨있었다. 시작 부분에서 타다 카니발의 스티커를 떼어내고 세차를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서비스 종료 때문에 중고차 시장으로 가기 위한 씁쓸한 모습인데 영상 자체는 되게 기분 좋아지는 장면이었다. 막 슬프지 않고 새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고 중고차를 사가는 분들도 행복하게 차를 사가는 모습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도 이해가 안 된 부분이 있는데 장병규님이 ‘타다금지법’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한다면서 잠깐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보면서도 이해를 못 했고 다 보고도 아직 모르겠다.

이렇게 짧게 말하기 아깝지만, 실화를 바탕으로한 청춘드라마 같았다. 그런데 다큐라니..! 타다를 광고하기 위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의 VCNC팀과 ‘타다’를 담아낸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영상 속에서 타다를 타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건 ‘타다’가 잘 한거지!

영화관을 나와서 집까지 걸어오면서 ‘타다’ 택시 한 대가 옆으로 슝 지나갔는데 기분이 묘했다. 더이상 타다 카니발은 보이지 않지만 ‘타다’는 여전히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서 혁신을 계속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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